031125 한계령
미시령을 넘어 한계령을 거쳐 오색 약수터에서 약수 한사발 마시고,
양양 낙산사를 거쳐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두어 시간여....
한계령(寒溪嶺),
이름만 들어도 숨이 막히고 왠지 뜻 모를 눈물이 날 것 같은 그 험하고 높은 고갯마루.
휴게소 난간에 서서 자판기에서 뽑아든 커피를 홀짝이며
사방을 둘러보고 있자니 새삼 가슴이 뭉쿨하고 저릿했습니다.
한계령(寒溪嶺) 이라는 이름 때문 만은 아닌듯합니다.
어느 곁에 나는 양희은의 "한계령" 가락을 흥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 처럼.....
눈 앞에 펼쳐진 장엄한 풍경에 사로 잡혀 한참을 넋을 놓았드랬습니다.
설악산 단풍철이 지난 때여서 울긋불긋 물들었던 나뭇잎들은 다 떨어지고
메마른 낙엽들이 길모퉁이마다 뒹굴며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가을빛을 털어내고 겨울 채비에 들어간 첩첩산중의 풍모는
솟은 봉우리와 파인 골짜기의 윤곽이 한층 뚜렷해진 탓에 마치 오랜 세월을 다 육탈(肉脫)하고
세상마져 벗어버린 노승 처럼 초연한 기상마저 느끼게 했습니다.
수많은 인파로 몸살을 앓던 여름, 가을과는 다르게
한갓지고 고즈넉 한 오색약수터에 들려 약수 한사발을 목구멍에서 트름이 날 정도로 마시곤
별미 여행에 나섰습니다.
가끔 먹어보는 산채 비빔밥은 동동주 한잔을 곁들이니 더 할 나위 없었습니다.
울긋불긋 수 놓았던 가을은 가고, 곧 천지는 하얀색으로 옷을 갈아 입겠지요.
몇해전 눈이 펑펑 내리던 한계령의 모습은 내게 잊지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올 겨울은 기온도 포근하고 눈도 많이 내린다고 합니다.
눈속에 파묻힌 올 겨울의 한계령은 더욱더 아름답겠지요.
여행이란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크고 작은 일들과 만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여행을 통해서 얻어질수있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우리네 삶도 풍요로워 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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