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3.12 동아마라톤 후기
추웠다. 추워도 너무 추웠다. 머리에서 흐른 땀이 머리카락에 매달려 고드름이 될 정도로 추웠다. 영하4도. 바람까지 세게 불어 체감 온도는 영하10도 이하가 될 정도였다. 특히 청계천과 잠실대교를 건너며 느끼는 바람은 3월의 날씨가 아니었다. 동아마라톤대회 다시는... 절대로... 참석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12일 새벽1시 속초에서 출발하여 서울 광화문 인근에 도착한 시간이 6시30분.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간단히 요기를 위해 참쌀떡 몇 개를 물과 함께 먹고는 잠시 눈을 붙여본다. 많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마라톤 복장은 어떻게 할것인가? 출발전까지 옷을 껴 입고 있다가 출발 신호에 맞춰 껴 입고 있던 방한복을 벗고 뛸까? 아니면 뛰면서 몸이 더워지면 벗어 버릴까? 아래 입을 게임복은 짧은 반바지로 할까? 긴 타이즈를 입을까? 장갑은?... 이러저러한 생각으로 복잡할 때 전화 벨이 울린다. 건강하게 완주 잘 하라는 파이팅 넘치는 친구의 문자 메시지다. 고맙다. 출발 1시간 전. 마라톤 클럽 회원들과 사진도 찍고 58개띠 마라톤 클럽 친구들이 모여 얼굴도 보고 파이팅 한번 하자는 장소로 가보았으나 찾지를 못하고 D그룹 출발선상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출발을 기다렸다. 8시 엘리트 선수들이 출발하고 곧이어 A그룹에서 F 그룹까지 약 25.000명의 마라토너들의 함성 소리와 함께 드디어 D그룹 출발!! 8시27분 출발~ 세종로 이순신장군 동상앞을 출발하여 숭례문(남대문)앞을 통과하고 을지로와 청계천을 돌아 흥인지문(동대문)과 능동 어린이대공원 앞을 통과하여 서울의숲과 잠실대교를 거쳐 잠실종합운동장까지 42.195km(105리)의 거리를 달린다. 나의 목표는 Sub-4 (3시간59분59초내 완주) 추위로 인해 몸을 빨리 데워야 좋겠지... 후반 체력이 저하되는 것을 감안해서 작전상 초반에 조금 빨리 달리기로한다. 남대문과 을지로를 돌아 조명이 아름답다는 청계천이다. 속초 풍경에 비할수 없지만 서울 콘크리트 숲에서의 청계천은 분명 환영받기에 충분했다. 아쉬움이라면 보도 폭이 너무 좁다는 것과 벤치등 쉴만한 공간과 공연 공간이 적다는 것. 10km 51분 통과, 계획 보다 약4분이 빨랐다. 오버 페이스다. 하지만 후반 체력 저하를 생각 한다면 이정도면 괜찮겟지... 이제부터 조금 천천히 달리기로 한다. 청계천은 생각보다 길었다. 동대문 운동장 옆을 지나 왕십리를 지나고 고산자교까지다. 내려 갈때는 좋았는데 다시 거슬러 오는 길은 바람과 추위 때문에 고역이다. 10km를 지나면서부터 추운 날씨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지 않아서 그런지 요기를 느낀다. 적당한 화장실을 찾는다. 가급적 도로에서 가까운 화장실을 찾아 해결하고 나니 한결 편안하다. 다시 청계천을 거슬러 올라와 종로로 들어간다. 종로구민들이 나와 북을치고 꽹가리를 치며 거리 응원을 해준다. 추운데.... 고맙다. 감사하다. 같이 박수를 친다. 그렇게 흥인지문을 지나 신설동 방면으로 가다 보니 20km 1:46분 통과. 계획대로 10km~20km를 55분에 잘 맞추었다. 그런데 내가 너무 오버페이스인가 보다 3:50분 페이스메이커를 만난다.페메를 하는 친구에게 내가 너무 오버페이스하는 것 맞지? 물어보고 나니 걱정이 앞선다. 아니나 다를까? 많은 선배들이 우려했던 초반 오버페이스의 후유증이 나타나나보다. 신설동 과 동대문 구청을 뒤로하고 천호대로로 접어들고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던 증상들이 군자역과 어린이대공원과 세종대앞을 지나 성수동 서울의숲 인근 30km에 접어드니 몸에 본격적인 이상기류가 흐른다. 장단지에 쥐가 나려나보다. 덜컹 걱정이 앞선다. 이대로 쥐라도 나면 완주 못하는 것 아냐? 조금 더 페이스를 늦춘다. 그래도 걷지는 말자며 물공급을 받으며 잠시 스트레칭을 한다. 출발하고 초반에 그렇게 많던 의료 페트롤 들은 다들 어디를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많이 고통스럽다. 그렇지만 여기서 포기 할 수 없잖은가... 가까스로 의료 페트롤을 만나 에어파스를 얻어 뿌리다보니 나오질 않는다. 우라질... ㅠ ㅠ 겨우 얻은 맨소래담을 무룹과 장단지에 듬북 발라 열심히 문지르고는 또 달리기를 여러차례 반복한다. 아직은 여유있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들이 내 뒤에 있지않은가.라며 좀더 페이스를 늦춘다.아니 늦추는게 아니라 장단지 고통으로 발걸음이 늦춰지는거다. 모쪼록 이 페이스를 잘 유지 하면 sub-4는 가능 하겠지라며 아픈주제에 여유를 부려본다. 주변을 다시 돌아본다. 연도엔 추운 날씨속에서도 가족들과 동호회 사람들등... 시민들이 꽤 나와 응원을 하는 모습들을 보며 부러움과 아름다움을 느낀다. 35km을 지나 잠실대교를 건너려니 장단지 고통에 이어 살갗을 파고드는 쌀쌀한 바람으로 죽을맛이다. 이 고통!!... 이마에 약간의 땀이 흘러 땀을 닦으며 목덜미의 땀을 닦으려니 무언가 머리카락에 매달려 있는 느낌이다. 뭐지? 장갑낀 손을 벗고 잡아 당겨보니 하얀 얼음이 매달려 있다가 부서지는것이다. 고드름! 머리에서 흐른 땀이 머리카락에 매달려 고드름이 된것이다. 생전 처음으로 경험하는것이다.마라톤을 하다보니 별별 것을 다 경험 한다며 피식 웃음이 나온다. 혹자는 이렇게 말들한다. "힘든데 뭐하러 돈 줘가며 그 고생을 하냐고..." 돈들여 가며 이 고통을 왜 사서 하는거지? 별별 생각들로 머리가 또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아무 생각을 말자. 춥고 고통스럽지만 오늘은 sub-4 가능하니 그것으로 보상되는거 아냐? 위안을 삼으며 앞으로 남은 7km. 영랑호 1바퀴의 거리가 아니던가 라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지만 최선을 다 해본다. 40km지점이 다와가며 페이스메이커 이재국씨와 또 한사람을 앞세우고는 내 친구 카우보이 이준섭이랑 같이 가자며 올때 까지 잠시 더 여유를 부리며 고통스런 장단지에 마지막 맨소레담을 듬뿍 바르고 또 다시 문질러 본다.그런데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어 시계를 보니 갑자기 불안감에 휩싸인다. 카우보이 내친구 준섭이가 왜 안오지?지나갔나?아닌데!! 아무래도 안되겟다. 눈앞에 종합운동장이 보이고 좌우로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며 가족들을 응원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않았다. 이러다가 sub-4 못하는 것 아냐? 불안감에 죽자살자 마지막 스퍼트를 해본다. 종합운동에 들어서며 트랙을 돌며 조금전에 나를 추월하던 원회룡국회의원을 다시 앞질러 보지만 차고있던 내 시계는 이미 sub-4 는 물건너 가고 있었다. 4‘00“59. 59초, 아쉽지만 내 목표를 초과한 59초. 다시 한번 인생을 배운다. 마라톤은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딱 들어맞는 말이다. 이번 동아마라톤을 경험하며 나 자신에게 다시한번 일깨워 주는 교훈이었던것이다. 행복과 벅찬감동.. 그리고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그래서 다시 한번 도전 하고픈 욕망을 키워준 동아마라톤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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