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 삶... /산골 이야기

040820 하늘내린 마라톤

[정선통나무펜션] 2008. 8. 1. 16:17

040820  하늘내린 마라톤

 

 


8월15일 대회날 아침,
여전히 직업상 그리고 축구 중계 때문에 2시간 수면후,
아침 5시50분 마라톤클럽회장님의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라
서둘러 옷가지를 챙기며 창밖을 내돠봤다.

어쩜 저렇게 내 희망대로 아침 햇살이...
하늘이 밝지?^^

사실 백담 마라톤 대회는 참가 하지 않으려 했었다.
이유는 여름 더위와 하프 뛸 준비가 안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내 계획은 10월 3일 열리는 양양송이 마라톤 대회때 하프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바뀌게한 이유는
속초와 가까운 대회에 참가해줘야 내 직업 특성상 무리도 없거니와
주변의 지역발전도 꾀할수있을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개인 시간도 안되는데... 굳이 속초와 멀리 떨어져있는
원거리의 대회에 참가할 이유가 없겟다는 생각에...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아내와 새벽에 함께 달리기 연습을 하는 아가씨 때문이다.
두사람 다 뛰고져 하는 열망이 충만 했기에 그 기대를 져버릴수가 없었다.^^
그리고 영랑호 한바뀌씩을 꾸준히 뛰어 줬기에 가능하리란 생각도 했기에....
그래서 대회 참가를 신청했다.

그런데 걱정한대로 무더위는 연일 우리를 힘들게 한다.
아내와 함께 중얼거리듯 소원을 빌엇다.
대회 하루전 쯤 소낙비가 시원하게 내려줘 더위를 식혀줬으면 좋겠다는...
대회 당일엔 하늘이 맑고 가을 같은 날이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엇는데...

창밖의 아침 하늘을 바라보니 가을을 연상케하는 아침 하늘이다.
기가 막히게도 소원대로 딱들어 맞았다. ^^

우선 상쾌한 기분으로 차에 올라 출발을한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올빼미족 멤버인 아가씨가 궁금해진다.
전화를 해보니 축구중계로 늦잠을 자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것이다.
이런...

차 진행 방향을 바꿔 아가씨 집으로 가 태우곤
속도 게이지를 높인다.
울산바위와 미시령에 오르며 시를 읊조리듯
속초 천혜의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아침 햇살과 더불어 가을을 연상케하는 산들바람이 이렇게도 감미로울수가....


우선 왜? 8월15일,
대한민국 광복 기념일에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 것일까?
매우 궁금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은 만해를 생각하노라니 이유를 어렴풋 짐작할수있었다.

만해 한용운은 민족의 독립운동가로서 불교개혁을 외치는
참여불교 운동가로서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지사(志士)이면서 보살이었기에
아마도 민족의 광복일에 맞춰 그의 뜻을 기리자는 이유에서
만해축제와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것이리라 미루어 짐작해본다.

미시령을 넘어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우측에 우리 멤버들이 보인다.
사고가 난듯하다.
뒤 차량들 때문에 급 정거 할수없어 안전한곳에 차를 세우곤 전화를 해본다.
철인 3종 대회를 준비하는 동료회원이 자전거를 타고 미시령을 넘어 내리막길에서
미시령 터널 공사 지점에서 사고를 당해 119를 불러 이송 예정이란다.

좀전 들뜬 분위기가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듯...
사고 뒷처리를 부탁하고 대회장으로 향했다.

마라톤 대회 하프코스는 처음 참가하는 것이기에
기록보다는 완주에 의미를 두기로 했고
아내 역시 처음 대회에 참가하는것 인지라 부부가 끝까지 함께 하는데 의의를 두었다.

하프코스 2시간 목표는 양양 송이 마라톤 대회에 도전키로 하고...

아무튼 출발소리와 함께 우리 부부는 맨 마지막 주자로 출발을 했다.
올빼미족 멤버인 아가씨는 기록을 위해 먼저 치고 나가기로 한 모양이다.
처음부터 열심히 뛴다.

좋은 기록을 위해서 파이팅,,,^^

더워지기전 8시에 대회를 시작한것이 너무 잘한것같다.
션션한 바람이 불고 적당한 볕은 달리기에 안성맞춤이다.

무리없이
천천히
순조롭게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린다.

왼쪽으로 펼쳐지는 맑디맑은 백담계곡수와 작은 폭포수 소리를 들으며
여유롭게(?) 아내와 보조를 맞춰가며 자연을 찬미한다.

백담사 계곡엔 여러번 다녀봤기에 코스는 익히 알고있었다.
첫번째 고갯길은 그럭저럭 뛰며 걸으며를 반복했고
두번째 고갯마루에서는 아내가 쳐진다.
등을 밀어 쬐끔 거들어 주지만 힘든건 나역시 마찬가지다.^^

2.5km 마다 준비된 물과 도우미 자원봉사자들의 뜨거운 응원에 힘을 얻어도 보지만
마라톤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아내는 많이 힘들어 한다.

인제여고 자원봉사 학생들과 인근 부대 군인들의 자원봉사는
가족과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친근감가고 정이 넘치는 도우미들이었다.

눈웃음으로 또 고맙다는 말로 감사함을 전한다.

반환점 바로 전의 고갯길은 맨몸으로 그냥 걸어도 힘든 고갯길인데
평평한 길 영랑호변에서만 연습했기에
무척이나 힘들다.

걍 걸었다.
대부분의 마라토너들도 걷는다.
그즈음 우리 회원들이 벌써 반환점을 돌아오며 힘내라고 파이팅을 외쳐준다.
고맙다. 함께 파이팅을 외쳐본다.

반환점인 백담사 다리에 도달하니
우리앞에 윤혜경씨가 보인다고 아내가 일러준다.
처음부터 너무 열심히 달린탓일까?
아니면 그나마 처음부터 빨리 달려 이쯤을 유지한걸까?
아가씨가 힘든 모양이다.
먼저 가란다...

우리는 우리페이스를 유지키로 하고 달린다.

반환점을 돌아 고갯길을 오르고 좀더 지나다보니 아내의 다리가 고통 수준이란다.
평상시 연습량의 3배를 달리려니 아내는 물론 나역시 힘들다.
화장실을 들리기도하고 에어파스를 뿌려보기도 하고...

백담마라톤 코스는
푸르른 잎들이 터널을 만들어줘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고
마라톤 코스로는 환상적이다.

단지 흠이라면 고갯마루가 심하다는것...
하지만 그것마져도 마라톤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듯하다.
고통없는 성취감은 별 의미를 부여키 힘들다는것이다.

앞으로는
영랑호 한바퀴 이상을 달리고 또 고갯길 연습에 주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역시 마라톤 대회에 참가를 하면서 깨우치는듯하다.

마라톤 대회 때문에
버스를 못타고 걸어서 백담사까지 등산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따뜻한 격려가
잊혀지지않는다.

결승점을 1km정도 남기고 아내가 퍼지듯 뛰지를 못한다.
그래 걷자.
한참을 걸으며 뛰기를 반복하다보니
클럽의 회장님께서 격려차 마중을 나오시고 그 뒤를 이어
총무님이 달려와 힘들어 하는 아내에게 물병을 건네주려한다.

물보다 다리 고통이 심한듯 물엔 관심을 보이지않는다.
그러다보니 올빼미족 아가씨가 뒤따라왔다.

결승점이 보인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올빼미족 셋이 모두다 함께 결승점을 통과하게되었다.
기쁘다.

기록보다 마라톤을 즐기듯 처음부터 끝까지 아내와 함께한 백담마라톤 대회는
평생 잊지못할 추억이 될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