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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벌재로 지은 한옥 분위기의 황토집

[정선통나무펜션] 2009. 2. 14. 11:22

 간벌재로 지은 한옥 분위기의 황토집      -전원생활 기사 발췌.-

 

간벌재로 지은 한옥 분위기의 황토집

외관으로는 영락없는 돌집이다. 하지만 나무와 황토로만 지었단다. 지붕에 얹은 기와며 천장 등은 한옥 분위기를 내, 어찌 보면 황토집이고 어찌 보면 한옥 같다. 이곳은 자재 준비에서부터 설계, 공사까지 직접 나서서 완성한 이상복 씨의 살림집 겸 식당이다.

충남 보령시 오서산휴양림 가는 길목 명대계곡에 위치한 이상복 씨(53·충남 보령시 청라면 장현리)의 집은 한적한 자연과 더없이 어울린다. 고풍스런 기와 지붕에 돌로 마감한 외벽이 소박하면서도 은은한 멋을 풍긴다. 이곳은 이씨가 운영하는 살림집 겸 식당이다. 설계에서부터 자재 준비, 공사 등을 직접 해 이곳에 대한 이씨의 애정은 대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집을 짓는 데에 들어가는 나무를 준비하는 기간만 꼬박 4년이 걸렸단다.
이곳은 외관만 본다면 영락없는 돌집이지만 흙과 나무를 이용해 지은 황토집이다. 한국임업후계자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씨는 매년 산에서 버려지는 간벌재가 아까워 이용할 데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집을 지어 보기로 했다. 1995년에 이미 콘크리트로 집을 새로 지은 뒤라 식당 위주의 집을 짓게 된 것이다.
“살림집을 짓고 나서 후회를 많이 했어요. 원래 흙집을 짓고 싶었는데 하다보니 콘크리트로 짓게 됐거든요. 콘크리트라는 자재가 마음에 들지 않은 데다 비용까지 많이 들어 언젠가 다시 한번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살림집을 겸한 식당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운 이씨는 1995년부터 자신이 소유한 산에서 간벌재를 한 개 두 개씩 모으기 시작했다. 집으로 가져온 나무는 껍질을 벗기고 눈이나 비가 오면 비닐이나 천막으로 덮어가며 3∼4년을 보냈다. 나무를 제대로 말리려면 2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터라 조급해 하지 않았단다. 이씨가 모은 간벌재는 낙엽송, 잣나무, 소나무. 간벌재는 곧지 않고 구부러진 게 많아 집을 짓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하는 이도 있지만 토막토막 자르면 활용 가능하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집을 짓는 데에 들어간 비용은 나무 운반비와 제재비, 인건비 정도다. 처음 지어 보는 집이라 공사에 들어가기 전 도움을 줄 목수를 미리 구해놓았다. 오서산휴양림을 조성할 때 공사에 참여한 사람들 가운데 일을 꼼꼼하게 잘 하는 이가 있어 눈여겨 봐두었다가 의뢰했단다.
“간벌재는 수입목의 절반 가격밖에 하지 않아 집을 짓는 데에 활용하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어요. 간벌재는 지역마다 큰 제재소에 가면 구입할 수 있고요. 특히 강원도에 가면 국유림에서 나오는 간벌재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요.”
제재소에 가서 집을 짓기 위해 간벌재를 구입하겠다고 이야기 하면 5월경 간벌 작업을 할 때에 미리 모아놓기 때문에 수월하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이때에도 반드시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구입해야 실패하지 않는단다. 또 제재소나 현장에서 간벌재를 구입했을 경우 집을 짓는 데에 들어가는 양을 미리 계산해 제재 작업까지 마치고, 공사 현장에는 필요한 양만을 운반하면 비용을 더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이씨는 1999년 봄에 시작한 공사를 3개월 만에 끝냈다. 공사에 들어가기 전 준비를 완벽하게 한 덕분에 일찍 끝낸 것이란다. 57평 규모의 식당은 21평 크기의 홀과 작은 크기의 방 세 개, 주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씨는 25㎝ 길이로 자른 간벌재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지런히 쌓고 사이사이 진흙을 메워가는 방식으로 벽을 쌓아 올렸다. 때문에 벽 두께가 25㎝나 되어 보온성도 뛰어나고 훨씬 견고하다고 한다. 이씨는 또 벽을 쌓아가는 중간중간 힘을 받을 수 있도록 도리처럼 나무를 한 단씩 옆으로 길게 끼웠다. 실내 벽은 황토와 나무의 질감을 드러내면서 묻어나지 않도록 가공한 황토로 마감했다. 간벌재를 사용하다 보니 나무의 종류가 달라 굵기도 제각각이다. 때문에 벽으로 드러나는 나무의 단면도 크기가 다른데, 오히려 이러한 것들이 단조로움을 없애준다.
흙집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창문틀이나 문틀, 대들보 등도 나무의 둥근 선이 그대로 드러나 무척 자연스럽다. 실내 분위기를 멋스럽게 해주는 창호문들은 예전에 살던 집을 헐 때 버리지 않고 보관했다가 사용한 것이란다. 그 때문인지 식당이라고는 하나 살림집 같은 분위기가 더하다.
식당의 분위기를 더욱 예스럽게 하는 것은 지붕이다. 다른 비용을 줄이는 대신 지붕 만큼은 기와를 구입해 얹었다. 때문에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주변 경관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무척 만족스럽단다.
한옥의 대청마루 같은 홀은 실제 평수보다 훨씬 넓어 보이는데, 이는 탁 트인 천장 덕분이다. 천장에는 30㎝ 간격으로 서까래를 얹고 서까래 사이사이는 대나무로 메웠다. 대나무와 기와 사이에는 흙을 메웠는데, 흙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이는 대나무를 반으로 잘라 먼저 가지런히 깐 다음 나머지 반을 대나무와 대나무 사이에 고리처럼 엎어 연결하고 그 위에 흙을 메웠기 때문이다.
처음 식당을 지었을 때는 홀과 작은방, 주방으로만 되어 있었지만 비가 많이 오면 벽이 젖는 일이 잦아지자 마루를 만들고 바깥쪽으로 건물을 덧대어 돌과 시멘트로 외벽 마감을 했다. 덕분에 외관은 돌집, 실내는 황토집이면서 한옥 분위기를 내는 지금의 독특한 공간으로 완성됐고, 이씨 부부 또한 집을 지어본 이들만이 알 수 있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글·이인아 차장 | 사진·박찬우(사진가)   -전원생활 기사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