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시 4월달에 둥지님 댁에서 모이기로 한 것이 봄 답지않은 날씨 때문에 어제 5월 9일에서야 모였습니다.
둥지님 댁의 모임에서는 언제나 산나물잔치인데 올해는 산나물들이 이제서야 먹을만치 자랐기 때문이에요.
시간 맞춰서 도착하니 산나물 만 해도 진수성찬인데 솥에는 한약재를 넣고 삶는 돼지고기수육이 잘 익고 있었습니다.
다들 모이실 때까지 정성이 깃들은 둥지님댁 이곳저곳을 둘러봤어요.
삐딱하게 앉아있는 황토를 발라 만든 토종벌통이 정겹습니다.
복사꽃도 환하게 반겨줍니다.
"언제봐도 참 좋아. 강원도로 내려오길 정말 잘한 거야."
"암~! 두 말하면 춘향전이재." 하시는 듯...
매발톱과 꽃잔디도 이제서야 제철을 맞은 듯 합니다.
라일락도 그 짙은 향을 마구 뿜어냅니다.
이 집은 둥지님네가 이곳으로 오시기 전부터 있던 구옥 흙집 입니다.
군불지핀 여기서 한 밤을 자고나면 쌓인 피로가 싹 가실 듯 하지요?
전경은 이렇습니다.
앗! 멋진 분재도 있습니다.
그냥 기다리기가 맹숭맹숭하여 두릅순과 엄나무순 데친 것을 안주로 한 잔씩 나눕니다.
그 맛은 안 먹어본 사람은 몰라요.
재배한 것들과는 맛과 향이 천지 차이죠.
술잔을 나누는 일변 자리를 폅니다.
황홀한 저녁식사가 시작됩니다.
뒷산에서 채취한 갖은 한약재의 맛이 듬뿍 배여든 돼지고기수육.
우리 몸에 정말 좋은 순자연산 산채들...
영월 동강막걸리가 한층 분위기를 돋웁니다.
짜잔~!!!
우리가 밥을 먹은 자리는 이렇습니다.
신선이 노니는 자리에서 산채밥을 먹는다...
생각만 해도 너무 멋지지 않아요?
해가 꼴딱 넘어갈 때쯤에 후식을 먹습니다.
좌측에 앉으신 큰형님 깊은산속님, 가운데 막내(?) 채플린님, 그리고 둘째 형님 마로니에님.
큰형님 왈.
"우리가 이런 남다른 호강을 누리는 것을 진심으로 행복해 하고 늘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야 하느니."
"우리처럼 복된 사람도 드뭅니다."고 둘째 행님이 말씀하시자.
"도시에서 찌들은 때 다 벗어버리고 찬물 같은 마음으로 살겠습니다."는 채플린님은 행복에 겨운 모습입니다.
이번에 아드님 혼사가 있는 큰형님 댁에 사돈측에서는 서울에서 첫번째로 내노라하는 음식을 보내주셨답니다.
답례로 형님네가 산에서 직접 채취한 산나물들을 봉지봉지 싸보냈더니 서울 사돈들께서 크게 감동하시고 감사해 하시더라면서
이런 귀한 것들을 귀한 줄 알아주시는 사돈댁이 고맙다고도 하셨습니다.
마당 한켠에는 표고버섯 종균도 심어두셨네요.
"오늘 설거지는 제가 채금지겠습니다."며 팔을 걷어부친 미루마루님, 몽객님, 몽주님을 비롯하여 젊으신 분들이 몸을 안 아낍니다.
언제나 궂은 일에 앞장을 서시는 분인데 고맙고, 미안하고...
이걸 그냥 보고만 있을 채플린님 내외분이 아니십니다.
그런데, 젊은 분들이 나이든 사람들을 모임에 끼워주고 같이 놀아주는 것만도 너무 고마운데
궂은 일을 도맡아하게 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깊이 반성합니다.
집 앞에 서있는 소나무가 멋있어 한 컷 했습니다.
후식을 먹던 자리에서 또 한잔 합니다. ㅋㅋㅋ~
해가 기울자 산촌에는 아직 춥다싶었는데 여자분들은 모두 방으로...
석류는 떨어져도 안 떨어지는 유자를 조금도 부러워 하지 않듯이
화려한 도시를 버린 우리는 부러운 것 하나 없는 사람들이랍니다.
어두워질 때까지 실컷 놀고 자리를 털고 일어섰는데도
논두렁 개구리가 수면 위로 얼굴을 살짝 내밀었다 사라지듯
억수로 감질 나기만 하루였습니다.
벌써 어제가 그리워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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