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바닥 초벌미장은 10센치쯤 두께로 혼자 했는데 모래와 찹쌀풀을 섞어 되직하게 반죽했다..
둘이 하는 일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는데..
혼자서 반죽하랴~흙손 들고 설치랴~왜 일케 진력이 나던지..
다음날 아침..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한 방바닥 틈새를 보니 기함을 하겠더라만..
흙집은 일구덕이라더니 본격적으로 시작이었다..
방바닥은 연기가 새어나오는 곳이라 꼼꼼하게 메꾸어야 한다고 해서..
연신 불을 넣어가며 이틀동안 포크와 숫가락까지 동원했었다..ㅎㅎ(헤라는 기본이고..)
나름대로 요령이 생겨서 바싹 마른 황토를 방에 흩뿌려놓고..
틈새로 빗자루질을 살살 해 흙을 밀어넣고..
스프레이로 물 뿌리고 포크와 숟가락 꽁댕이로 꾹꾹 눌러주기..!
일주일 내내 방바닥 틈과 씨름했다..에휴 징글징글..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깊은바다님과 미숙언니네 삼촌까지 지원을 와서 벽미장과 삼벌을 했다..
다음날 아침..역시 벽도 마찬가지..ㅠ.ㅠ
뭐 모래비율이 어쩌고 찹쌀풀이 저쩌고 하지만 황토집 짓는 전문가도 아니고..
피할수 없으면 즐기자 까짓거..
황토맥질하고 틈새 메꾸고 고무망치로 두드리고..
주인아저씨와 함께 그렇게 연휴내내 씨름했다.
지겹던 틈새와의 전쟁도 얼추 끝이 보이고..
드디어 기다리던 도배..!
한지는 제대로 된 전통장인의 것을 쓰겠다고 문경에 있는 김삼식 한지를 구입했다..
지천년(紙千年) 견오백(絹五百)이라 하지만 고작 두 평 반 도배,장판하는데
초배지와 장판지값이 무려 21만원이다..
그래도 집을 지으며 내가 가장 호사를 누리고 싶었던것이 한지인 탓에..
이 비용은 내가 과감하게 투자했다..ㅎㅎ
찹쌀 두 되 빻아와 사용했던 풀이 남아서 도배까지 찹쌀풀로 했는데..
옛 어르신들 알면 도배까지 찹쌀풀로 한다고 기함을 하실일이다..ㅋㅋ
앉는 높이까지 초배지를 바른 모습..
방바닥은 콩댐을 했다..
콩1되와 치자8알(색을 내기 위해서)을 하룻저녁 물에 불려 최소량의 물을 부어 빻고..
생들깨 1되를 수배해서 생들기름 1병을 짰다..
두 재료를 섞어서 광목주머니에 담아 굴리기..!
(콩,들깨 빻는 공임 4천원..)
콩댐에도 요령이 있는걸 몰랐다..
맨처음에는 꾹꾹 눌러주듯만 해야되는데..
멋도 모르고 주머니를 마구 문댔다가 닥종이 꺼풀이 일어나서 식겁했다..ㅎㅎ
결국 초반에 문댔던 방바닥 부분만 이렇게 됐으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ㅎㅎ
콩댐도 두 세번은 더 해야 된다는데..
방이 크지 않아 대 여섯번쯤 콩물을 들였다 ..
주인할머니는 그만해도 될 것 같다고 하시는데..
여러번을 문대서 그런지 눌러붙지 않고 그러대로 괜찮다..
....................
드디어...
샛강의 집, 배산임수한 맑은 터전..
임좌병향, 도편수 깊은바다 지극정성건축, 자손만당 무궁무진..
장락당(長樂堂)이라고 이름도 짓고..
기초공사 자재 부리는 일부터 딱~한 달만에 입택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北자는 背자로 수정했슴..ㅎㅎ)
손으로 튕기면 통통~북소리가 나는 창문엔..
호사스럽게 물매화 몇점을 붙이는 걸 끝으로..
지금은..
아침이면 대나무 시렁위에 황토이불 개켜놓고..
저녁이면 시커멓게~타 버린 아랫목에 엎어져 잘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달을 넘게 살면서..
벽윗부분이 말라가며 크랙이 점점 커지길래..
황토맥질 덧방도 진력이 나고..
한지를 3센치 정도로 잘라서 종이테이프처럼 바르고 삽니다..ㅎㅎ
나중에 깊은바다님이 황토방을 지을때..
제가 품앗이를 해주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공사비용은 그럭저럭 150만원정도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벽돌과 흙값,인건비가 들지 않아서 싸게 친 셈이겠지요..
급한대로 주위에 지천인 나무들을 활용하지 못했지만..
조금씩 자재 준비하면서 진행하면 경비를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단, 맘에 맞는 사람과 함께 일을 해야 한다는 대원칙하에..!
......................
상전벽해라더니..
재작년 이맘때의 황토방 사진입니다..ㅎㅎ
윗사진들은 저 창고자리를 뜯어내고 지은 방입니다..
출처 : 내 마음의 외갓집
글쓴이 : 샛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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