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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설계이야기 4 - 집주인이 짓는 집

[정선통나무펜션] 2008. 11. 5. 10:55

 

이런 걸 두고 ‘한 폭의 그림 같다’ 고 말한다.


가을에 내 집을 방문하셨던 카페의 회원 한 분과 집짓기 전반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땅을 구입하기위한 긴 여정(?) 현재의 대지를 구입하게 된

경위, 자신의 희망 등... ‘집짓기’는 다른 분야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분 자신도

오랜 기간동안 플랜트건설에 몸담은 경력이 있어 많은 부분에서 나보다 한수

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의 가까운 지인이 알고 있는 꽤 유명한

건축가에게 지인의 집 설계를 의뢰했더니 그 건축가는 빈 노트를 건네주면서

자신이 원하는 집, 집짓기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고 본 것 등을 스크랩 하던지

직접 적거나 그려보던지, 기록하고 모아서 그 노트가 꽉 차면 자신에게 가지고

오라고 했단다.


어떤 의미에서 집은 “집주인이 짓는 것” 이라야 맞다. 자신이 살게 될 집, 뉘라서

그보다 많은 고민을 했을 터인가. 설계자나 시공자는 그가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못하는 일을 대신하는 기능적인 역할(효율적인 공간분할 이라든가 안정적인 구조,

조형미 그리고 완성도 높은 시공능력 등)에 충직하게 임하는 것이 그 기본이되,

물론 플러스알파가 없다면 훌륭한 조력자라 할 수 없으리라. 바탕에 상호신뢰가

깔려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을 때 집짓는 과정에 집주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래야 완성된 후에도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자신의 집을 돌보지

않겠는가. 공동주택과는 달리 개인주택은 집주인의 애정 어린 보살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백양사와 담양의 중간지점에 있는 이집 주인은 디자인을 하는 분이다. 나와의

인연은 집의 마무리과정에 적삼목 지붕작업을 한 일이 계기가 되었다. 가정집

이라기보다는 작업실에 가까운 이 집은 기둥(post)의 위치와 높이, 수 까지도

지정했을 만큼 집주인이 설계에 직접 관여했다는데, 그만큼 내 외양의 개성이

아주 강하다. 우선 사방 벽이 거의 유리창으로 되어있어 외부 노출이나 냉난방

비용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에 아무나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또

화장실과 현관위의 다락방을 제외한 30여 평 전 공간이 단층 구조인데 기둥의

길이가 길고, 횡력(옆으로 미는 힘)을 잡아줄만한 나무벽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이길 바라는 가정집이라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경사지붕도 대들보(ridge pole)의 위치를 한쪽으로 이동시킨 비대칭형으로 뒤는

경사가 급하고 앞은 경사의 층을 두어 단조로움을 피했고 그 안에(뒤쪽) 아담한

다락방이 만들어져 있는데 내부로 들어갈수록 집주인의 조형감각이 느껴진다.

앞글에서 언급했던 불필요하다 할 복잡 난해한 지붕과 비교해 높은 조형미에도

불구하고 지붕의 전제 모습은 단순하다. 조형미가 실용을 누르지 않고 조화를

이룬 예라고 볼 수 있겠다.

 



강원도 주문진과 양양사이, 남애 바닷가에 있는 카페 “고독”이다. 집주인의

까다로운 요구를 전문가가 도면으로 옮겼고 집주인의 친구인 한국통나무학교

교장선생님이 통나무구조로 실현시켰다. 원 설계에서 별다른 수정 없이 거의

수용했다고 하는데 복잡한 평면에 비하면 전제적인 모습은 무척 단정하면서도

몇 가지의 조형적인 배려로 이 단순함을 세련미로 끌어올렸다.

 



녹색 아크릴로 마감된 지붕 아래는 외부로 단차를 두어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 박스형 단층구조에 변화를 주었고 서까래(rafter) 방향으로 길게 뻗은

통나무 빔(beam)은 기능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뒤로 탑처럼 솟아있는 부분은 일종의 주거공간인데 따로 살림집이 있기 때문에

2층은 사무실 겸 거실역할을, 3층에는 같은 크기의 방을 만들고 상업공간과는

분리된 출입구가 배치되었다.

 



일본에 있는 AXE 라는 통나무건축회사의 사무실 겸 스탭의 숙소이다.

기둥사이를 가로지르는 브릿지와 슬래시, X빔, 작은 포스트 등을 넣지 않고

최소한의 기둥(post)과 보(beam) 만을 적용한 일본풍을 기본으로 내력구조를

만들었다. 이 역시 비대칭형 지붕으로 벽난로가 있는 쪽은 1, 2층이 오픈되어

있는 식당 등 휴식공간이고 오른편 지붕 각이 센 중앙부 1층이 사무실, 2층이

숙소인데 이처럼 지붕각의 변화만으로도 모던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아쉽게도 위의 예들은 가정집이 아니다. 그러나 필요한 몇 가지 장치를 하면

얼마든지 가정집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오히려 가정집에도 이런 작은 파격이

받아들여져서 정통적인 면(디자인)을 크게 깨지 않으면서도 모던한 분위기를

풍기는 집들이 많이 지어지기를 바란다.


물론 모든 집짓는 과정이 이렇게 어렵거나 복잡하게 가야 하는 것은 아니리라.

하지만 평생 한번 짓는다는 집, 기실 그의 머릿속으로는 얼마나 많은 집들이

지어졌다 부서지고를 반복했을 것인가. 통나무집을 짓고자하는 분도 나름대로

아주 편안하게(치수개념 없더라도) 평면도를 그려보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입면도 혹은 집의 외관을 소신껏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을 때, 그리고 2층에는 아이들 수만큼 방이 있어야 한다는 관념을 버릴 때

그와 그의 가족만을 위한 편하고도 개성적인 집이 주어질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이 빠진다면 또다시 네모반듯한, 할 수 없이 익숙해진 아파트형 구조나

어설픈 ‘실험적인 작품’에서 불편하게 살 각오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집은 “집주인이 짓는 것”이기에 그렇다.

 

 

출처 : 행복한 집짓기
글쓴이 : 우드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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