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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된 농가, 참 살림집으로 태어나다

[정선통나무펜션] 2008. 4. 14. 02:03
90년 된 농가, 참 살림집으로 태어나다

데이빗 스로우는 그의 책「웰든」에서 “집은 현대인들을 죽는 날까지 가난하게 만드는 원인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이침대와 의자 두 개가 전부였던 4평짜리 작은 원두막에서 생활했지만, 그 속에서 그는 풍부한 자유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처럼 소박하고 검소하게, 자연과 더불어 순수의 에너지로 삶을 채우고자 하는 이들이 이번 특집의 주인공이다. 얼마 전 강화도 시골 마을로 내려간 양철주 씨 가족과 그의 동호회 회원들. 90년된 농가를 개조, 증축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는 그들의 시도는 깨어있는 삶을 위한 첫발이라고 한다. 허물어져 가는 옛집이 참살림집으로 다시 태어나는 역사적 순간을 같이 해 본다.

새집증후군 파장이 크다. 환경마크가 없으면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유해물질을 차단하는 아이디어 상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보자. 화학물질로부터 입는 피해가 새집증후군 뿐일까? 사람들이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곳을 생각해 보라. 출퇴근 시 자동차 안, 직장의 빌딩에서 보내는 시간, 길거리의 온갖 간판과 보도블럭의 열기, 이 모든 것이 유해하다. 생활 인프라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우리가 겪게 되는 고통은 지속될 것이다. 전원행을 결심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어떤 집에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란 것이다.

나무 한그루 살리고 본채를 버리다

지어진 지 90년 된 농가를 증축, 개조해 새로운 개념의 참살림집을 만드는 프로젝트.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강화도 하점면 작은 농촌마을에 구옥을 구입해 리모델링을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3개월 동안 공사가 진행되면서 그가 가진 생각은 ‘자연에서 나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집’을 짓는 것이었다. 그 지역의 나무와 흙을 이용해 집을 짓는 지역순환형 주거개념이다.


Before


After

우선 구옥 세 채 중 본채 한 동을 철거해 냈다. 터줏대감 행세를 하고 있는 수백년된 느티나무와의 상생을 위한 공간 확보 때문이다. 그 후 남은 두 동의 구옥은 시멘트로 발라진 외부벽체와 합판으로 씌어진 내부 천장을 뜯어냈다.

드러난 골조의 부후된 부분은 잘라내고 교체한 후, 구옥의 협소함을 원목 통나무를 이용해 증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기둥 보 방식(Post & Beam방식)을 접목해 증축하는 방법으로 집을 완성해 나갔다. 가족을 위한 주거동과 남편과 아내의 작업실이 이어진 별채, 순돌이가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널찍한 마당으로 집은 다시 새 생명을 갖게 되었다.

  Interview | 양철주 씨

“집짓기는 내 인생의 큰 이벤트”

이세정 기자(이하 이) 도시생활을 버리고 전원으로 내려가기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양철주 씨(이하 양) 살아 생동하는 기운은 사람 사는 곳 어디에나 있겠지요. 그러나 시골살이에 대한 갈망은 생명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강화살이를 준비하면서, 저희 부부는 이것이 오래된 준비인 것을 깨달았습니다. 준비되지 못한 것은 돈이었지요.(하하)

결심의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아들 순돌이 때문이었습니다. 순돌이가 아토피라고 하는 정체불명의 질환에 괴로워하며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피가 터지도록 살을 긁곤 하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저 스스로에게도 물어 보고 싶었습니다. 왜 도시 생활을 버리고(도시 생활이 좋기도 하지만) 전원으로 내려오기로(손목 발목 시린 흙구덩이와 텀벙나무 사이로, 무슨 좋은 꿈을 꾸어 왔길래) 했는지, 아마 우리 가족의 운명인 것 같습니다.

구옥을 개조하기로 마음먹고 구입을 하실 때, 어떤 기준으로 고르셨나요?

사실, 그건, 우리 순돌이 엄마의 본능적인 직감이었습니다. 사람살이에 대한 순수한 감성이 우리 순돌이 엄마에게 있었다고 할까요. 저희가 이 집을 처음 보았을 때, 순돌이 엄마가 바로 선택했습니다. (참, 이 자리에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만, 자신의 감각을 믿으십시오. 그게 안 되면, 배우자를 믿으시기를)

사실 처음에는 개조할 생각도 없었지요. 그냥 들어가서 살 생각이었습니다. 돈도 없었고 시골살이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아기 병 고치는 것이 급선무라 가장 자연스러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난 지금에 생각해 보면, 묘합니다.

다만, 내 자존심이 집을 선택하는 순간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기준에 일률은 없고 다 자기 나름이라는 의미입니다.

설계단계부터 처음 염두에 두었던 공간이 있으셨나요?

원래 우리는 살림채 하나, 건너편 작업채 하나를 원했습니다. 그것은 우리 부부의 생활 방식과 특히 아토피를 앓고 있는 순돌이를 고려한 방식이었는데, 마침 우리 조건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집이 나타났던 것이지요. 그래서 사랑채와 광을 안채로 바꾸고, 외양간 겸 대문을 바깥채로 만든 것입니다.

그 와중에 원래 있던 구옥의 안채를 철거했지요.

공간이라는 것이 공간 그 자체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한 시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처음에 우리는 이 집 한가운데 있던 나무를 베어 버리려고 했거든요. 여기 이 터에 있는 나무는, 이 집에 사시던 할머니가 팔십 년 전쯤에 시집살이를 오실 적에 있던 나무라고 합니다.

할머니는 평생을 이 나무와 함께 살아온 것이지요. 이 삶과 생활들이 우리의 설계를 흔들었습니다. 처음에 생각한 것은 웬만한 것은 다 살리고 비용이 허락하는 한에서 고치자는 것이었는데, 결국은 벽체를 대부분 허물고 흙벽돌을 다시 올렸습니다. 원래 있던 기둥만 거의 살리고 마감은 황토와 모래와 세라믹을 섞은 모르타르로 미장을 했습니다.

내벽은 그 위에 도배를 할 계획이고, 외벽은 물에 탄 황토를 체에 곱게 거른 후 방수액을 타서 두 번 발랐습니다. 비에 젖으면 짙어졌다가 마르면 다시 원색으로 돌아가더군요.

시공과정에서 처음 계획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해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전체적으로 보자면, 한정된 비용으로 조금만 고치려고 했던 것이 대대적인 공사가 된 것입니다. 경험과 계획성이 부족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지붕은 전혀 손을 댈 생각이 없었는데, 기존 건물을 늘리면서 슬레이트 지붕을 손대다 보니 비가 새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붕을 새로 하게 되었답니다. 그만큼 비용과 공사기간도 늘어났고요.

후에 구옥개조를 하려는 이들에게 조언을 들려주신다면?

가능하면 다른 집 고치는 곳에 가서 일을 좀 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마다 여건이나 상황이 다르겠지만, 망치나 벽돌을 만져 보면 일에 대한 감이 조금은 달라지리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어떤 분위기의 집’으로 꾸려나가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건축은 사람의 표현이라는 말이 있으니 저희 가족의 성격과 특성이 온전히 반영된 집이 되겠지요. 저희 부부는 서로 아주 다른 사람입니다. 갈등과 조화의 쌍곡선이 확연하지요.(하하) 여기에 우리 순돌이가 가세했으니, 세 사람의 개성이 만나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저는 약간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순돌이엄마는 친환경적이고 미감이 살아 있는 분위기를 띤 집으로 꾸려나가고 싶어합니다. 우리 순돌이는? 계단과 턱이 높아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 없는 사통팔달의 공간을 우선적으로 지향할 것 같은데요, 허허.


  ▒ 기본재료 | 나무·흙·마음

나무

기둥과 보에 쓰일 나무를 구입한다. 통나무 원목은 국산육송, 잣나무나 낙엽송이 쓰인다. 춘향목 등은 자재로써 매우 상급이지만, 벌목이 금지되어 있어 구하기가 어렵다. 수입목으로는 칠레송, 미송이나 더글라스 퍼가 주로 쓰이는데, 특히 더글라스 퍼(전나무)를 구입할 때는 원산지를 잘 살펴보고 구입해야 한다.

북미산 더글라스 퍼는 밀도가 조밀하고 강도가 쎄서 체인톱이 멈춰버릴 정도지만, 뉴질랜드 산 더글라스 퍼는 칠레송보다고 약하고 질이 안 좋다. 간혹 일부 제재소에서 북미산으로 속여 팔기도 하니 유의해야 한다. 요즘은 뉴송이나 소송을 쓰기도 한다.

나무 구입하는 요령

집수리를 위한 원목의 구입은 국내산의 경우 주변 제재소에서 구하거나 강원도나 경북지역의 원산지 제재소에서 구한다. 대부분 제재소에서는 국내산 육송과 수입 미송(햄록 칠레송)을 모두 제재한다.

원목으로 구입할 때는 꼭 나무를 잘 아는 전문가와 함께 밑둥(원구)과 끝둥(말구)의 차이가 없는 걸로 고르며 말구가 36㎝ 이상 되는 원목을 구입한다. 목재의 원재료목이 뭔지 꼼꼼하게 따져 건조가 잘 된 것 가운데, 뒤틀리거나 트임이 많이 가지 않은 걸 고른다.

흙벽돌

시멘트를 뜯어낸 벽체는 난방을 고려해 흙벽돌로 다시 조적 후 미장 마감한다. 벽돌을 만들 때는 황토나 주변의 흙을 원료로 한다. 특히 황토벽돌은 입자가 곱고 미네랄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인기가 높다.

그러나 생태건축 개념의 흙벽돌은 외부 자재의 반입을 허용치 않는다. 또한 굳이 황토벽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주변 흙과 짚, 숯, 돌가루, 모래, 마사토를 이용해 벽돌을 만들어도 집을 짓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단지 황토는 염색이나 팩 등 이용범위가 좀 넓을 뿐이다.

흙벽돌은 크게 유압식 기계벽돌과 순수 사람이 만드는 손벽돌, 각종 첨가물을 넣어 구은 저화도벽돌 등이 있다. 손벽돌을 만드는 경우, 30평 집을 가정하면 대충 3천장의 벽돌이 소모된다. 나무틀을 이용해 하루 찍어낼 수 있는 벽돌량은 전문가는 320장, 초보자는 100장 남짓 된다. 처음 만들어 보는 사람의 경우라도 짬짬이 가족들과 함께 레저의 일환으로 작업을 하면 날씨와 조건만 맞는다면 한달이면 충분히 그 양을 채울 수 있다.

손벽돌을 만들 때는 일단 주변흙이나 황토를 구입해 모래와 짚, 물, 마사토 등을 섞는다. 이를 반죽하여 비닐을 씌워 3일간 숙성시킨 다음 벽돌로 찍어야 한다. 황토벽돌은 수분을 먹으면 흘러내릴 수 있는데, 숙성 과정만 잘 거치면 미생물의 작용으로 스스로 강도가 높아지는 물성이 생긴다.

간혹 수용성본드를 섞어 벽돌을 만드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방법은 흙집의 장점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황토벽돌에도 수용성본드 등 화학제를 첨가할 수 있으니 따져보고 구입해야 한다.

크랙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해초 삶은 물이나 콩 삶은 물, 찹쌀풀을 첨가하면 된다. 벽돌을 만들 때는 주위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벽돌이 비를 맞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마음

집을 수리하기 전에 가족회의를 통해 가족 모두가 집수리 공정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자 원하는 공간에 대한 토의를 거쳐 유기적인 공간활용이 가능하게 한다. 특히 주부들의 동선과 아이들의 동선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한데, 주방에서 데크로 나가는 통로나 주방 앞에 아이들의 놀이공간을 두는 방법 등이 시도될 만하다.

또 초보적인 개념의 인테리어 풍수도 고려하여 주변자연과 조화로운 배치를 적용해보는 것도 좋다.(풍수인테리어는 지난 7월호에 특집으로 소개)

  ▒ 기초하고 벽체 쌓고 집 세우기

기둥과 보 그리고 벽과 바닥

● 기둥과 보로 사용될 목재나 원목을 치목하여 증축부분의 면적에 입주상량한다. 이 때 반드시 목재에 오일스테인으로 도장해 주어야 부후를 방지할 수 있다. 이 단순한 작업은 집의 수명을 배가시킨다.

●● 입주상량이 끝나면 조적과 미장을 실시한다. 황토 벽돌의 조적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반드시 시멘트나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고 천연물만 첨가하도록 한다. 일반 습식 조적공들은 시멘트를 섞어 조적하므로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미장도 역시 천연물만 첨가해 이용해야 한다.

●●● 바닥의 온돌은 35~40℃의 열을 받으면 광물질에서 원적외선이 발산된다. 이는 피부 3㎝까지 뚫고 들어가 노페물을 밖으로 빼낸다고 한다. 그러나 구들은 첫 시공이 매우 중요해서 한 번 잘못 만들면 밤에도 일어나 불을 지펴야 하고, 잘 만들면 3일을 안 때도 훈훈한 기운이 지속된다.

그러나 양철주 씨의 경우는 아토피질환이 있는 어린아이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 끝에 심야보일러를 선택했다. 방안에 열기가 심하게 가해지면 공기순환에는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바닥난방 시공 시 주의할 점

배관의 이음새는 최대한 적게 하며 화장실 바닥은 거실보다 10㎝ 정도 낮아야 한다. 흙집은 반드시 비닐이나 방습지를 깔고 바닥난방을 하여야 한다. 환경부의 조사에 의하면 석회암 지역의 오래된 구옥 민가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어 충격을 준 예가 있다.

수맥과 전자파를 차단하는 자재도 이용해 봄 직하며 보일러 배관과 배관 사이에 콩자갈이나 박카스병을 깔면 난방비를 대폭 절약할 수 있다,


  ▒ 구옥개조의 포인트단열과 마감

지붕 | 벽체보다 먼저 작업해야

비가 새면 집이 아니다. 지붕작업은 자신감만으로 직접 공사를 하면 후회하는 경우가 많으니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 보는 것이 좋다. 우선 방수시트와 지붕용 발수시트를 잘 설치해야 한다. 황토집의 경우, 지붕은 벽체를 쌓기 전에 먼저 씌우는 것이 좋다.

증축할 부분에 통나무 기둥을 세우고 지붕작업을 먼저 해야 황토벽돌이 비에 젖지 않는다. 이왕이면 국내산 참나무 너와나 수입산 적삼목 너와를 사용하는 것이 좋지만, 편의를 위해서라면 슁글이나 기와류도 무방하다.

가끔 제재소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피죽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2년을 넘지 못해 부후가 되기 때문에 주의한다. 지금은 굴피와 중국산 돌기와를 사용하기도 한다. 참나무 너와는 국내에서는 평창지역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지붕을 너와로 마감할 때는 오일스테인을 스프레이하면 천연지붕재의 수명을 배가시킬 수 있다.

지붕작업은 가장 추락사고가 많이 나는 공정이므로 안전고리를 반드시 착용하고 비계를 설치한 후 공사에 임해야 한다.

단열 | 창문의 선택과 시공이 관건

구옥 수리는 난방과 단열에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한다. 현대인에게 있어 구옥은 무척 춥다. 겨울에도 반팔옷으로 생활하는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은 구옥에 살기 어렵다. 이는 난방과 단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르는 말이다.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단열에 실패하지 않는 지름길이다.

단열은 천장과 창문 그리고 문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문만은 돈을 아끼지 말고 이중페어글라스를 써주는 것이 좋다. 창호는 벽체작업에 들어가기 한 달 전 쯤 미리 주문해야 정확히 원하는 사이즈의 창호를 얻을 수 있어 바람이 새지 않는다.

사실 생활습관도 매우 중요하다. 적당한 실온을 유지하는 것은 화학에너지의 낭비를 줄이고, 감기와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길이기도 하다.

마감 | 삭힌 풀을 이용해 여러 겹 발라줘야

친환경주택으로의 집수리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건축소재의 제한으로 인해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주거공간에서 질병에 걸려 소요되는 관련비용을 감안한다면 결코 고비용이 아니란 점을 알아야 한다.

마감 시 사용되는 도배풀도 표구에 사용되는 삭힌 풀을 이용하며 미장작업 시 찹쌀풀을 섞어 사용한다. 이는 아이들이 흙을 긁어 먹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 황토 푼 물을 곱게 걸러서 다섯 번 이상 칠해주어야 한다.


  ▒ 구옥 리모델링 체크리스트

집에 생명 불어넣기

사람마다, 터마다 그에 맞는 집이 있다. 구옥을 고를 때는 원하는 집의 크기를 결정하고, 대지 폭과 길이를 꼼꼼히 따진다. 전원생활을 위해서는 텃밭이나 작은 정자 등도 필요하니, 주변에 여유 공간이 있는지 확인해 두면 좋다.

향(向)과 경사도, 주변환경이 구성원의 용도와 기능에 따라 공간구분이 가능한지가 중요하다. 특히 경사지나 성토를 한 부지의 건축물은 기초보강이 꼭 필요하며 물쓰는 공간을 새로 만들려면, 바닥면을 낮추어 다시 작업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기초공사 시 바닥면의 오수 하수시설과 전기 배선 등을 사전 시공하고, 외부 오배수 배관까지 고려하여 경사를 고려한 시공이 되어야 한다.

뼈대(골조)는 집의 규모와 수명을 좌우한다

튼튼한 집, 안정적인 집, 수명이 긴 집은 뼈대(구조)가 결정한다. 흙벽돌 방식은 통나무에 흙벽돌, 또는 흙벽돌을 이용한 두 줄 쌓기 등이 쓰인다. 뼈대는 한옥 목구조 방식인 기둥 보 방식이 많이 쓰이는데, 이 때 흙벽과의 이음새 처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두 줄 쌓기 방식은 두 겹 사이 공간을 비우고 지그재그로 엇갈리게 쌓아야 단열에도 좋고 외풍을 막을 수 있다. 빔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는 빔과 흙벽돌의 이음새, 빔의 내외부마감, 결로 방지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집의 외형은 지붕모양과 지붕재가 결정한다

뼈대가 집의 골격을 나타내고 건물의 수명을 말해준다면 지붕의 모양은 집 전체의 느낌을 좌우하는 결정체다. 한옥형 처마 선에 고전적 이미지의 기와집 모양새를 만들 것인지, 소박한 맞배 지붕에 양식 기와나 아스팔트 슁글 지붕으로 마감할지, 아니면 아예 보편화된 서구식 느낌의 박공지붕에 아스팔트 슁글로 마감할지에 따라 집의 전체적인 맛, 느낌, 이미지가 형성된다.

아스팔트 슁글 지붕재일 경우 한옥형 맛배 지붕이나 서구적 박공 지붕 형태가 어울리고, 한식 기와일 경우 우진각 지붕이나 팔작 지붕 형태가 맞는다. 집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지붕에 눌려 집이 무거워 보이거나 반대로 너무 가벼워 보이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흙벽돌의 모양과 성질이 흙집의 진짜 기능을 판가름한다

흙벽 기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흙 자체의 자연 성분을 해치지 않은 벽돌을 쓰는 것이 좋다. 특히 뼈대 집에선 흙벽 자체가 구조벽이 아니고 흙벽으로서의 기능만 담당하면 되기 때문에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치(방 바닥 높이를 지표면에서 약 80cm정도 높이고, 처마를 길게 내어 비를 피함)를 두어 흙집으로서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토록 하는 게 중요하다.

옛 한옥에서도 창문 하단부는 비를 피하기 위하여 회벽 미장을 하거나 돌담 형태로 보강해 준 예가 많다. 터의 지형과 바람의 방향 등을 고려하고, 건축주의 필요에 따라 보강토록 하되, 가능한 흙벽 그 자체로 기능토록 하는 것이 좋다. 황토몰탈은 황토분말과 향나무톱밥, 맥반석 가루 등을 혼합하기도 하고, 열처리한 제품도 있다. 역시 가능한 한 황토 그대로의 순도를 지키되 크랙이 적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창틀 공사 시 이음새 처리를 잘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흙벽돌 조적 공사 시 창과 문의 개구부를 정확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 보통은 창틀, 문틀을 먼저 제작하여 넣은 후 그에 맞추어 흙벽돌을 쌓고 있으나 공사 중 손상이 심하고, 흙벽과의 이음매 처리가 용이치 않기 때문에 가창틀을 설치하는 것이 유용하다.

가창틀은 벽체가 약 30cm 일 경우 2×10(인치) 건조목(두께는 약 4cm, 폭은 약 24cm)으로 짜는 것이 좋다. 후에 외부에는 일반 알루미늄창 또는 새시창, 내부에는 목창을 설치하여 이중창을 만들기도 한다.

내부 창틀에는 몰딩 처리를 하여 틈을 차단하고, 외부는 가창틀을 감싸는 목재 띠장(시더 사이딩 형태)을 해주면 하자를 줄일 수 있다. 전망창을 크고 넓게 하기 위해서는 유리의 하중과 안전을 고려하여 창틀을 보강하여야 한다. 특히 전망창(단창)은 결로에 약할 수 있기 때문에 설치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지붕과 천장 단열을 잘 해주어야 윗풍을 막을 수 있다

전통 살림집은 경사 서까래 지붕 위에 판자를 얹고 흙을 친 후기와나 초가로 마감을 했기 때문에 겨울에 춥다. 현대 건축물은 건물의 폭이 넓어져 서까래 방식의 지붕이 불가능하여 보로 연결하고 덧지붕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현대 건축 소재들을 쓸 수밖에 없는데, 지붕 위의 단열과 천장 단열을 이중으로 하는 것이 좋다. 지붕 단열은 천장 안의 온도차를 줄이는 기능을 하고 환풍구를 통해 공기를 순환시켜 주어야 목재의 수명이 오래간다.

때문에 천장 쪽에 석고보드 마감을 두 겹으로 하고 단열재를 한번 더 보강해 주면 윗풍을 완벽하게 잡을 수 있다. 이때 나무 보에 천장 상을 걸 경우 나무가 수축하면서 틈이 발생하기 때문에 천장 덴조 상은 흙벽에 고정하는 것이 좋다.

화장실의 방수, 외벽의 흙벽 보호 등에 주의하여야 한다

모두가 흙벽이기 때문에 물 쓰는 공간의 방수 처리는 꼼꼼히 하여야 한다. 화장실은 흙벽 칸막이 안쪽으로 비닐(은박매트)이나 방수시트를 고정한 후 시멘트 벽돌을 세워 쌓는다. 그 위로 시멘트 방수몰탈 미장을 하고 타일로 마감한다. 겨울철 화장실이 춥기 때문에 화장실에도 보통 바닥 난방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화장실 누수로 배관을 타고 물이 다른 곳으로 배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10cm 이상 낮추어 배관하고 방수 미장토록 하여야 한다.

외벽은 지표면에서 약 80cm 이상 띄어 기초를 한 후 인조석이나 자연석으로 외부 마감을 해 준다. 이때 처마의 길이는 1m 이상이어야 한다. 건물의 기초(방바닥면)를 낮추고자 할 때는 창틀 하단부에 별도의 외부 마감을 해주어 비에 흙벽이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한다.

취재·이세정 기자|사진·변종석 기자|취재협조·귀농을 사랑하는 모임 031-381-6335 http://cafe.daum.net, 행인흙건축 031-338-0983 www.hangin.co.kr

월간 전원속의 내집 / 2004년 10월호